우리의 학교에서는 시를 배우기 위하여
가장 먼저는 소리 내어 읽고
그 다음은 삼색 볼펜을 집어든다.
선생님이 일러주시는 대로 밑줄을 긋고, 동그라미를 치고, 설명을 덧붙여가다보면
행간이 다 빼곡해진다.
그러고나서야 비로소 내가 이 시를 다 알게 된 것 같은 착각을 한다.
대학에서 국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.
신입생 때 패기 좋게 문학회에 들었고,
가장 처음 했던 일은 맨눈으로 시를 보는 훈련이었다.
시인이 한 자 한 자 눌러 썼을 그 단어들이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까지,
그 소리들이 내 머리와 가슴에 닿았다가 다시 제 길을 찾을 때까지,
그리하여 행간 행간마다 시와 내가 만날 수 있을 때까지.
나는 더이상 시는 잘 읽지 않고, 노랫말을 듣는다.
요새는 일도 미뤄두고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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